SEL70200GM2 with ILCE-1

지난 2021년 11월 11일에 SEL70200GM2가 출시되었다. 물론 예약 판매는 그 보다 2주 전인 10월 28일에 이루어졌고,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순삭되었다. 미리 준비를 했다면 도전이라도 해봤을 테지만, 당일 오전에 날아온 DM(Direct Mail)을 받아 본 후에야 출시를 겨우 인지하였기 때문에 미처 구입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식 출시 이후 천천히 구입하기로 했고, 일단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SEL70200GM을 1년 전에 구입했을 때의 가격에 감가상각을 더한 가격 수준에서 좋은 분께 판매하였다. 이후 단골 샵에서 할인 쿠폰을 적용한 상태에서 정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확인하고, 12월 21일에 구입을 완료하였다.

이 제품의 출시로 인해 EF 마운트 70-200m 망원 렌즈가 세 종류로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가장 하위 모델이 G 렌즈인 SEL70200G로서, 새 제품을 100만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대로 구할 수 있으므로. 중고 제품을 구한다면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제품은 비록 F값이 4로 높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망원 렌즈의 특성 상 F4여도 심도는 충분히 얕기 때문에 정말 고해상도의 사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충분한 스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SEL70200GM2가 G Master 렌즈 중에서는 최초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렌즈이다 보니 최상위군인 G Master 렌즈가 두 종류 존재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렌즈가 선례가 되어 이후 다른 G Master 렌즈들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초로 출시된 G Master 렌즈인 SEL85F14GM은 SEL35F14GM 부터 적용된 새로운 AF 시스템을 적용하여 다시 출시해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AF 속도는 새 버전보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어찌됐든 SEL70200GM 역시 G Master 렌즈라는 것을 생각하면 새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250만원 이하, 중고로 구입할 경우 180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메리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SEL70200GM2

이쯤되면 슬금슬금 머리 속에 피어 오르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을 것이다. 과연 새 버전을 150만원을 더 주고 교체하거나 프리미엄을 고려했을 때 380만원 이상을 주고 구입할 가치가 충분한 제품일까? 너무나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그 해답은 어떤 사진을 촬영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새 렌즈를 사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들인 비용과 그로 인해 얻는 만족감의 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SEL70200GM2가 가지는 장점별로 그것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살짝 살펴보려고 한다.

29% 가벼운 중량

일단 눈이 가는 부분은 훨씬 가벼워진 중량이다. 기존의 SEL70200GM의 경우, 트라이포드 마운트를 제외한 중량이 1,480g으로서 트라이포드 마운트를 세팅하면 이를 훌쩍 넘어선다. 반면에 SEL70200GM2의 경우에는 트라이포드 마운트를 제외한 중량이 1,045g이기 때문에 무려 30%에 가까이 중량이 줄어들었다. 일반적인 팬케익 렌즈의 중량이 200g 이하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435g이라는 차이는 매우 크게 다가온다. 물론 망원 렌즈가 가지는 특성 상 삼각대에 마운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이런 경우 중량은 크게 상관없긴 하다. 하지만 삼각대에 마운트하더라도 가벼운 무게는 확실한 장점이 될 뿐만 아니라, 짐벌을 이용하여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라면 필수적으로 중량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정적인 사물을 촬영하고, 삼각대를 튼튼한 것을 사용한다면 굳이 새 렌즈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빠른 AF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렌즈에 비해 약 4배 빠른 AF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AF가 빠른 것은 분명히 많은 장점을 가진다. 특히 스포츠 촬영이나 조류 촬영 등에서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일상적인 스냅 촬영을 주로 하는 경우에는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차피 피사체에 대한 초점을 한 번 잡고 나면 그 다음은 트래킹 성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물론 트래킹 성능 역시 30% 가량 좋아졌지만, 다행히도 그것이 결정적인 촬영 순간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SEl70200GM2의 조작 패널

새로운 SteadyShot 모드 3

기존에 제공하던 핸드헬드 대응 모드 1과 패닝(Panning)과 틸팅(Tilting) 대응 모드 2에 더해 줌(Zoom) 대응 모드 3가 추가되었다. 이는 주로 빠른 이동을 하는 스포츠 촬영에 대응하기 위한 모드로, 앞에서 설명한 기능들과 마찬가지로 빠른 피사체 추적과 촬영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이 모드가 없어서 필요한 촬영을 못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렌즈를 못 쓰는 건 아니라는 건 자명하다.

신규 바디 대응

만약 3세대 또는 그 이전 세대의 바디를 사용하고 있다면 SEL70200GM2를 구입하는 것을 조금 재고(再考)해 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해당 바디가 SEL70200GM2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ɑ1, ɑ7R IV, ɑ7S III, ɑ7 IV 중 하나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교체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추후 바디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에 렌즈를 교체하면 렌즈 가격도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화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급부로 SEL70200GM의 중고가가 더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G Master 망원 렌즈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가격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으니 너무 미리 사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크기는 완전히 동일

렌즈의 중량이 많이 줄어들었으므로 크기도 줄어들어서 휴대하기 좀 더 편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스펙 상 기존의 SEL70200GM과 완전히 동일한 크기를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필터 직경도 77mm로 동일하기 때문에 새로 필터를 장만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껏 렌즈를 업그레이드해 오면서 기존의 소구경 필터들이 남아 처치 곤란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데다가, 당연하게도 대구경의 필터일 수록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급 렌즈의 필터를 구매하는 것도 꽤나 타격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렌즈를 들고서 뛰어다닐 생각이라면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구입해도 될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망원 렌즈군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을 충분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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