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빙기 또는 아이스 메이커라는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것이 얼음을 구매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캠핑이 유행하면서부터 가정이나 캠핑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아이스 메이커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봄에 할인 행사를 통해 스위스 밀리터리 브랜드의 SMA-IM600DG라는 제품을 10만원 이하에 구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 스위스 제품은 아니고, 국내에서 상표권만 받아와서 판매하는 중국 제품이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제품이지만 눕스나 보아르 같은 다른 브랜드로 판매되기도 한다. 찾아 보니 지금은 13~15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의외로 디자인도 깔끔하고 쓸만해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동일한 같은 제품이 4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제품은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먼저 바스켓에 얼음이 가득 차면 알람이 우렁차게 울린다. 사실 얼음을 다 만들고 나서 다른 냉동고 같은 곳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알람이 울릴 필요가 없는데, 알람이 울리는 것을 끌 방도가 없다. 더군다나 밤에는 꽤 크게 울리기 때문에 선잠이 들었다가 깨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소음은 제빙기가 하는 역할을 생각해 보면 필수적으로 발생하게 되어 있는데, 물을 얼음으로 만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컴프레서가 물의 열을 빼앗는 작용이 수반된다. 그리고 그 열을 장치 바깥으로 배출하기 위해 송풍기가 계속 돌게 되는데 앞면을 제외한 3면에 송풍구가 있어서 소음이 꽤 큰 편이다. 그리고 내부를 볼 수 있는 투명창이 있긴 한데, 너무 작고 색상이 짙어서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결국에는 커버를 열어서 내부를 확인해야 한다.
얼음은 8분 사이클마다 9개씩 생성되는데, 얼음이 바스켓쪽으로 떨어지면서 고르게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바스켓이 실제로 가득차기 전에 알람이 울리게 된다. 이 때 얼음을 스쿱으로 좀 정리해 주면 몇 사이클 더 얼음을 생성한다. 얼음이 바스켓에서 유지되는 기간은 대략 24시간이라고 하지만, 외부 온도에 따라 더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특히 아이스 메이커는 여름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12시간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만약 얼음이 녹으면 아래에 위치한 수조로 떨어지고 이 물이 다시 얼음을 생성하는데 사용된다. 하지만 위생을 위해 가급적 물을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갈아주는 것이 좋다.
이 제품을 여름 내내 잘 사용했는데, 관리가 미흡했던지 어느 순간부터 물을 아래쪽의 수조에서 제빙봉이 있는 위쪽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아마 청소를 잘 해주고 물을 자주 갈아주면 더 오래 쓸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다. 그래서 수리를 맡길까 하다가 여러 가지 불편했던 점들이 개선된 좀 더 나은 제품이 있나 찾아 보았다.
대부분의 10만원대 제품은 SMA-IM600DG 보다 못하면 못했지 더 나은 제품은 사실 찾기 힘들었다. 사실 컴프레서를 비롯한 제빙 시스템의 구조는 대다수의 가정용 제빙기가 대동소이하다. 얼음이 만들어지는 구조부터 보관되는 구조, 그리고 배수 구조까지 거의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제품 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제빙 능력보다는 편의성과 마감이라고 봐야 한다.
가격대를 조금 더 올려서 20만원대 초반으로 가면 제품 조작과 상태 표시를 담당하는 부분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현재 최저가 기준 2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크게 SK매직과 쿠쿠의 제빙기가 있는데, 두 제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제빙 능력이나 조작 등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결국 쿠쿠의 CIM-AS09M10S를 선택했는데, SK 매직 제품처럼 조작부가 전면에 있으면 아무래도 주방에서 조작이 불편하고, 쿠쿠 제품이 넓은 투명 커버를 채택해 내부를 살펴보기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고려했던 사항이 바로 송풍구의 디자인인데, CIM-012S 같은 원형 디자인은 청소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솔이나 티슈로 돌려가며 청소를 해 줘야 하는데, 주방에서 제빙기처럼 무겁고 큰 제품의 경우 그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잘 보면 두 제품 모두 모델명이 CIM이라는 머릿 단어로 시작된다. 아마 같은 하청업체에서 개발한 제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제빙기 같은 특수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수십 수백개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여러 제품을 만들어 납품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이 제빙 시스템은 이전에 사용하던 SMA-IM600DG과 대동소이하고, 제빙 능력은 스펙 상으로는 9kg/24h로 12kg/24h인 이전 제품보다 오히려 조금 낮다. 하지만 실제로 얼음을 사용하는 양을 생각해 보면 차고 넘치기는 매한가지다.
새 제품으로 바꾸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다른 것보다도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이다. 일단 송풍구 디자인이 깔끔하고 한 쪽으로 적절하게 배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설치 공간의 여유가 세 방향 모두 8cm면 충분하다. 기존에는 요구 공간이 세 방향 각각 20cm여서 최소 40cm가 필요했던 데다가 열이 꽤 세서 주변에 놓아두었던 커피 시럽이 열을 받아 끈적하게 되어 버릴 정도였다. 이 외에도 얼음의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사실 작은 얼음을 쓸 일이 거의 없어서 불필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있는 기능을 안 쓰는 것과 없는 기능을 못 쓰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표시 정보 창이 있어 LED로만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알기 어려웠던 기존 제품보다 상태 파악이 용이한 것도 의외로 좋았다.
커버 전체가 투명해서 열지 않아도 내부가 잘 보이는 것은 편했지만, 반면에 커버가 얇아서 얼음이 더 쉽게 녹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단점도 있다. 물론 어차피 녹으면 자기가 알아서 다시 만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만들어 놓은 얼음이 좀 더 오래 가는 것이 아무래도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점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스쿱의 앞부분이 평평하다 보니 얼음을 퍼올리는 게 기존 제품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 SMA-1M600DG에 들어 있던 스쿱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 바스켓에 스쿱 걸이가 없어서 스쿱을 따로 바깥에 보관해야 하는 것도 좀 불편한 점이다.
어찌됐든 아이스 메이커를 구입한 이후로 여러 모로 잘 활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아직 집에 아이스 메이커가 없다면 충분히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들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커피 메이커나 커피 머신 같은 게 집에 있어서 홈 카페 비슷한 것을 갖추고 있다면 아이스 메이커는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