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Sony의 TA-ZH1ES를 일본에서 직수입해 왔다. 사실 일본 내수용은 사용 전압이 다르기에 별도의 강압기를 사용해야 하고 사후 보증 문제도 있기 때문에 국내 출시 정품을 사고 싶었지만, 국내에는 아예 재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설령 재고가 있다 해도 생산년도가 최신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내수용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Sony TA-ZH1ES

Sony가 2013년에 DAC 헤드폰 앰프인 UDA-1를 출시한 이래, 휴대용 헤드폰 앰프인 PHA 시리즈를 5종류 출시했고, 이어서 시그니처 시리즈로서 출시한 것이 이 TA-ZH1ES이다. 이 제품이 2016년 9월 1일에 출시되었으니 벌써 햇수로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제품이지만, 이 정도로 섬세하게 설계된 제품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물론 최근의 DAC 내장 헤드폰 앰프의 기능은 계속 발전해 오면서 여러 가지 기능이 추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LDAC나 aptX를 이용한 블루투스 입력을 지원하거나 추가 필터 기능 등을 지원하는 중국제 DAC가 많이 출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품들은 서로가 서로의 카피캣인 것이 현실이며, 심지어 UI만 조금 다를 뿐, 기능과 스펙도 거의 동일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 제품들을 실제로 분해해 보면 콘덴서나 프리앰프, DAC 등을 매우 저가인 부품을 사용하는데다가 조립이나 납땜 상태가 매우 조악한 경우가 많아 차라리 그냥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현존하는 최상급 DAC인 ESS Sabre 32 bit ES9038PRO 11만 6천원인데 반해, 그나마 중급 제품에서 사용되는 Burr-Brown PCM1794가 2만 5천원이며, 하위 제품인 PCM2704는 만원이다. 그나마 이 정도 부품이라도 쓰면 다행인 것이, 아예 몇 백원짜리 중국제 이름도 없는 부품도 허다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신뢰성이 높은 Sony TA-ZH1ES와 Sennheiser HDV 820을 놓고 저울질을 했으나, 밸런스드 입력 단자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Sony TA-ZH1ES로 결정하게 되었다.

Sony TA-ZH1ES의 기능은 매우 심플한데, 다양한 입력 단자를 통해 입력된 아날로그/디지털 음원 신호를 내부적으로 변환 및 정제하여 밸런스드 또는 언밸런스드 출력으로 내보내는 것이 전부이다. 다른 중국제 양산형 DAC 헤드폰 앰프처럼 불필요한 설정이나 기능도 전혀 없으며, 실제로 한 번 연결해 두면 볼륨 조절 말고는 할 일이 전혀 없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280만원짜리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뉴얼이 왠지 부실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물론 실제로 부실하다기 보다는 그만큼 사용 자체가 간단한 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Sony TA-ZH1ES를 비롯한 고급 헤드폰 앰프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는 충분한 해상력을 가지는 음원이다. 흔히 CD의 16 bit 44.1kHz 기반의 해상력이면 일반적인 음원으로서 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스튜디오 음원을 그대로 제공하는 24 bit나 32 bit의 음원이 나오는 추세이다. 이렇게 해상력이 높은 음원의 경우, 최소 96kHz에서 최대 512kHz 정도의 주파수 해상력을 가진다. 다시 말하면 흔히 돌아다니는 320kbps 수준의 MP3 파일을 주로 듣는다면 굳이 헤드폰 앰프를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물론 MP3 파일을 들을 때도 Sony TA-ZH1ES에서는 보정을 통해 좀 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음원만큼 중요한 것이 음원을 충분히 들려주는 고성능의 헤드폰이다. 사실 어떤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써도 앰프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소리를 들려 주지만, 앰프를 사용하는 목적을 생각해 보면 최소한 밸런스드 출력을 기본으로 지원하는 헤드폰을 사용해야 한다.

필자는 밸런스드 출력을 지원하는 헤드폰 2개와 이어폰 1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어폰에 사용하는 것은 조금 과한 느낌이 들어서 헤드폰을 소지할 수 없을 만큼 짐을 많이 가지고 나가는 날 정도에 활용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소개를 간단하게 해 보자면 이어폰은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XBA-N3AP에 MUC-M12BL2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 경에 정가로 구입했으니까 벌써 햇수로 6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새 것처럼 깨끗하다. 물론 지금 구입한다면 굳이 NBA-N3AP와 케이블을 따로 사는 것보다는 밸런스드 케이블이 기본 포함되어 있는 NBA-N3BP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XBA-N3

평소에 일할 때는 MDR-1AM2를 애용한다. 하도 오래 들어서 패드가 너덜너덜해져서 얼마 전에 정품 패드를 주문해 두었다. 중국제 패드가 만 오천원 정도 하는데 반해, 2022년 3월 기준 정품 패드가 3만원이 조금 넘으니, 정품 패드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아래에 설명할 MDR-Z7M2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헤드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MDR-Z7M2가 340g인데 반해, MDR-1AM2가 187g이므로 거의 두 배나 무겁다. 따라서 정말 좋은 소리로 듣고 싶을 때를 제외하면 이 쪽을 더 선호하게 된다.

MDR-1AM2

마지막으로 가장 하이엔드 제품으로서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MDR-Z7M2를 사용한다. 화면 따위 없이 눈을 감고 기대어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좋은 음원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아쉽기는 하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곡 중 꼭 다시 듣고 싶은 것들은 고음질 음원을 재구입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최상위 제품인 MDR-Z1R을 구입하여 사용해 보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고 있다. 추후 다시 일을 하게 되면 돈을 모아서 구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기는 하다.

MDR-Z7M2

소리에 대한 리뷰는 이미 전문가들이 많이 했기 때문에 필자처럼 일반인이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 최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일텐데, 일본 내수용을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220V 전원 구성을 가진 유럽형/아시아형 제품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내수용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으며, 필자가 구입한 제품도 최신이라 할 수 있는 2021년 말 생산 제품이다. 가격은 거의 모든 상점에서 27만 5천엔으로 정가에 판매되고 있으나, 잘 찾아보면 포장 케이스가 약간 손상되는 등 상품 가치가 약간 떨어지는 제품을 약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제품을 구하는 것도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필자는 발품을 팔아 22만 6천엔 정도에 새 제품을 구입했으며, 일본 내 수속 비용과 DHL 배송비, 그리고 관세와 부가세 27만 7천원을 포함하여 260만원 정도가 들었다. 국내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관세와 부가세를 제외해도 310만원 가량이 책정되어 있어 구하기 어려운 제품에 속한다.

흔히들 카메라, 오디오, 차, 낚시(또는 골프를 넣는 경우도 있는 듯)를 취미 생활 끝판왕 4대천왕이라고들 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 중 3가지에 조금씩 발을 들이고 있다. 물론 오디오는 이제 맛만 보고 있는 상태고, 차도 튜닝을 이것저것 하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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