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2025년 1월에 난데없이 과학상자의 판매가 종료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지금이야 온갖 훌륭한 도구가 많은 상황이라 그까짓 제품 하나가 판매 종료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 싶을 수도 있지만, 7~80년대에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거쳐왔던 세대 중에서도 이과 계열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과학상자를 만져보거나 소유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학상자보다 전자쪽으로 더 관심이 있었다면 만능킷트라는 제품도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능킷트가 바로 이 글을 시작으로 이야기할 電子ブロック (전자블록) 시리즈, 그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에 해당하는 EX-150 모델을 복제한 제품이다.

電子ブロック EX-150
電子ブロック EX-150

전자블록 EX 시리즈는 놀랍게도 Choonholic이 태어났던 1976년에 발매되었던 전자 실험 관련 제품으로서 5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발매된 판본은 다음과 같다.

  • 1976년: 전자블록 EX 시리즈 초판 발매 (1986년 판매 종료)
  • 1979년: 전자블록 EX-181 발매1
  • 2002년: 전자블록 EX-150 복각판2 + 확장 키트 광실험 60 발매
  • 2003년: 전자블록 EX-210 디럭스 에디션3 발매
  • 2008년 11월 4일: 전자블록 EX-150 복각신장판4 발매
  • 2011년 11월 30일: 어른의 과학 vol. 32 전자블록 mini 발매

전설의 시작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 과정에 전기 및 전자 부품을 이용한 공작 수업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의 정점에 서 있었던 것이 1979년에 출시된 소니의 WALKMAN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에는 브래드 보드(Bread Board)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이전이라 회로를 구성하려면 엉성한 기판에 직접 납땜을 해야 했는데, 인두기를 비롯한 공구도 지금과 달리 매우 단순했고 당시의 어린 학생들이 납땜을 하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전자 부품의 품질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작업해도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라디오 제작 키트
라디오 제작 키트

한국에서는 10년 정도 후인 1980년대 후반부터 기술 수업 시간을 통해 간단한 단파 라디오 조립이나 앞에서 언급했던 과학상자를 이용한 공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일본에서 경험했던 문제들을 그대로 고스란히 답습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했던 전자블록 EX 시리즈는 번거롭고 위험한 납땜 없이도 부품을 조합해 여러 가지 회로를 구성해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단순한 완구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부터 다루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사실 초등학생도 충분히 다룰 만큼 간편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초등학생이 다루는 경우도 많았다. 나도 그랬었고.

電子ブロック EX-150
電子ブロック EX-150

전자블록 EX-150 시리즈의 특징

전자블록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추가 작업 없이 46개의 블록을 활용해 조립하는 감각만으로 150개 가량의 회로를 구성하고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구성 가능한 회로에는 단순히 전구에 불을 켜는 수준의 단순한 것들도 있지만 광학 센서, IC 앰프, 미터기를 이용한 중급 수준의 회로도 존재한다.

물론 단순하게 부품 가격을 생각하면 10만원이 넘는 가격이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부품을 납땜하거나 일일이 눈이 빠지도록 찾아서 브래드 보드에 너저분하게 끼워넣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수납 가능한 형태로 언제나 재구성할 수 있고 작금의 레고를 위시한 블록 제품의 가격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실제적인 장점은 확실하게 동작하는 회로도가 부폼 조합 설명서라는 형태로 150개 이상 존재한다는 점이다. 부품을 수백 개 가지고 있더라도 회로를 직접 설계하거나 남이 작성한 회로도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설령 회로도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 부품을 사용해 배치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전자블록을 사용하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전자블록 부품도
전자블록 부품도

확장 키트 광실험 60

초판이 발매되던 당시에는 신디사이저 추가 키트를 통해 30 여 개의 추가적인 회로를 구성할 수 있었으나 복각판이 생산되던 시기에는 동일한 수준의 전자 부품을 구해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관계로 복각되지 못했다. 대신에 빛을 이용한 실험을 도와 주는 확장 키트 광실험 60이 발매되었다.

확장 키트 광실험 60
확장 키트 광실험 60

이 제품은 확장 키트인 관계로 블록과 실험 도구만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로 활용하려면 전자블록 EX-150 복각판 또는 복각신장판이 필요하다. 이 확장 키트에는 빛과 색상을 활용하는 재미있는 도구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구할 수 있다면 꼭 구해서 실험해 보기 바란다. 특히 광섬유를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전자블록 mini

전자블록을 선보인 갓켄(学研)은 학습 도구를 설계 · 제조 · 판매하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大人の科学(어른의 과학) 무크지 시리즈이다. 어른의 과학은 비정기 간행물로서 잡지와 전자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키트로 구성된 부록이 함께 묶여 제공되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예상한 바와 같이 이 무크지의 본체는 바로 이 부록이다.

電子ブロック mini
電子ブロック mini

다음에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겠지만 전자블록 mini는 25개의 블록을 이용해 50 여 개의 회로를 구성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잡지의 부록인 만큼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부품의 재질이나 구성이 간략해지긴 했지만 블록을 구성하고 조립하는 것만으로 동작하는 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는 느낌은 그대로 살리고 있다.

어른의 과학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수입하여 판매된 바 있으나 오래 전에 판매 완료되어 이제 새 제품을 구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메루카리와 같은 중고 플랫폼을 잘 찾아본다면 신품에 가까운 것들을 구할 수 있다. 물론 프리미엄이 두 배 이상 붙어 있는 건 감안해야 겠지만 말이다.

마치며

어느 날 갑자기 예전의 만능킷트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면서 전자블록을 구하려 애썼던 것이 2016년이니 벌써 10년 전이다. 다행히도 당시 구했던 제품들이 여전히 깨끗한 신품에 가까운 상태로 잘 보관해 오다 보니 가끔 꺼내 실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30대나 그 이후 세대라면 이런 구닥다리 아날로그 제품보다는 PC를 이용한 게임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필자도 고등학교 때 부터는 게임 콘솔을 이용해 게임을 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손이 불편하다 보니 빠른 반응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게임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주로 즐긴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같은 정적인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이다 보니 해당 장르가 크게 쇠퇴한 지금은 게임에는 그리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덕분에 비싼 GPU에도 관심이 없으니 좋은 건가?

어쨌든 게임이건 아날로그 전자 부품이건 간에 어렸을 때부터 즐기던 것들을 어른이 된 지금도 즐길 수 있는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1. 신디사이저와 추가 부품이 포함된 판본. ↩︎
  2. 해외 수출 판본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판본. ↩︎
  3. 전자블록 EX-150 복각판 + 확장 키트 광실험 60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판본. ↩︎
  4. 매뉴얼을 새로 정비하고 회로를 재구성하여 패키지를 일신(一新)한 판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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