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3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지급했던 노트북인 Microsoft Surface Book 2를 반납하였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PC를 이용하여 하던 작업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에 Intel NUC 3대와 Synology NAS 2대, 그리고 노트북도 집 친구가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삼성 제품이 1대 있기 때문에 당장 노트북을 사기는 싫었다. 그리고 이왕 새로 사는 김에 좀 더 기다렸다가 Microsoft Surface Laptop Studio나 Microsoft Surface Laptop 4를 사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그렇다고 외부에서 넋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생각한 방법이 포터블 모니터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포터블 모니터와 모바일 키보드, 마우스를 가지고 있으면 외부에서 Samsung DeX를 이용하거나 또는 Remote Desktop Client를 이용하여 집에 있는 Intel NUC에 접속하여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아마 누군가는 분명히 이렇게 반문을 하실 것이다. 모니터 챙기고, 마우스, 키보드 다 챙기느니 노트북 챙기는 게 훨씬 나은 거 아니냐고 말이다. 물론 외부에서의 사용만 생각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나, PC가 한 대 더 생기느냐 모니터가 한 대 더 생기느냐의 고민으로 방향을 돌려보면 당장은 PC가 늘어나는 건 역시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포터블 모니터는 집에서는 듀얼 또는 트리플 모니터의 일부로 활용이 가능하고, 노트북을 추후 구입하더라도 외부에서 듀얼 모니터 모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나에게는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사실 포터블 모니터는 ASUS의 제품들이 유명한데, 그만큼 가격대가 높아서 타사 제품에 비해 1.5~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사후 지원도 고려 대상이긴 하지만, 어차피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사후 지원은 좀 우선 순위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싼 가격에 구입하는 만큼 리스크를 떠 안고 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살펴보니 대다수의 모니터가 13~15″ 크기에 FHD 해상도(1920×1080)를 지원하고 있었다. 여기에 터치가 지원되느냐 안 되느냐,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HDMI, DP, USB-C, 무선 중 어느 것이냐가 선택의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무선 보다는 유선이 안정적이고, 무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미 보유 중인 Microsoft 4K Wireless Display Adapter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일단 유선 중에서도 USB-C를 기본으로 HDMI를 추가로 지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해상도는 FHD를 기본으로 하되, 2K나 4K를 지원하는 저렴한 녀석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고, 다행히 이 기준을 만족하면서도 20만원대(라기 보다는 30만원에 한없이 가까운)의 중소기업 제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오늘 소개할 CROSSOVER 140TUS 4K 포터블 모니터가 그것이다.
이 글은 본격적인 리뷰가 아니기도 하고, CROSSOVER가 나한테 해 준 건 하나도 없이 내 돈 주고 정가로 샀기 때문에 스펙이나 장단점 같은 것을 구구절절하게 나열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 모니터를 내 Galaxy Z Fold 2 5G의 Samsung DeX에서 어떤 식으로 구동할 것인지 그리고 정상적으로 구동하는데 필요한 최소 요건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며칠 간의 삽질과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한 것에 가깝다.
일단 이 제품은 CROSSOVER의 다른 FHD 포터블 모니터와는 다르게 PD 20W 규격의 AC 어댑터와 전원용 USB-C 케이블이 포함되어 있다. 설명서에 따르면 4K 디스플레이인 관계로 전원 소비량이 높기 때문에 별도 전원 공급이 필수라고 하며, PD 20W 이상의 포터블 배터리를 사용하면 AC 전원 없이도 배터리만으로 구동이 가능하다고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USB-C 인터페이스 케이블과 Mini HDMI-HDMI 인터페이스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다. 테스트 결과 일단 기본 제공되는 케이블끼리 Galaxy Z Fold 2 5G – USB-C-USB-C 케이블 – 140TUS – USB-C 전원 케이블 – AC 어댑터 형태로 연결했을 때 Samsung DeX가 문제없이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이대로 사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뒤에서 차근차근 언급하겠다. 무엇보다도 여러 디바이스를 휴대하고 다니기 때문에 다른 케이블이나 어댑터에서도 정상 동작된다는 보장이 필요했다.
먼저 전원을 테스트해 본 결과, 기본 제공 PD 20W USB-C 어댑터는 일단 최소한 모니터를 구동하는데는 충분했고, 항상 사용하고 있는 삼성의 45W USB-C 초고속 충전기(EP-TA845)와 45W USB-C 케이블(EP-DN975)을 사용했을 때도 모니터는 정상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25W인 EP-TA800과 일반 케이블을 사용할 때도 전원 인가에는 문제가 없었다.
추가로 설명서에 나와 있던대로 보조 배터리 사용을 테스트하기 위해 25W PD를 지원하는 삼성의 EB-P5300을 사용했을 때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원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해 AC 어댑터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럼 전원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PD 20W라는 조건은 말 그대로 모니터가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스마트폰이 연결되어 인식되기 위한 최소한의 전력 조건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 전원이 부족하게 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첫 번째 문제는 케이블에 따라 스마트폰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연결이 수시로 끊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는 연결된 스마트폰이 제대로 충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이블이 HDMI Alternative를 제대로 지원한다는 가정 하에서, 앞에서 언급했던 PD 20W, 25W AC 어댑터나 25W 보조 배터리의 경우, 동작에는 문제가 없으나 스마트폰이 충전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가 계속 소모된다. PD 45W AC 어댑터의 경우에는 USB 케이블 충전 모드(5~10W 수준)로만 충전이 된다. 실제로 PD 150W AC 어댑터로 충전해야만 고속 충전 모드로 충전이 이루어졌다. 물론 아직 고속 충전이 가능한 최소 수준을 테스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추가 테스트 결과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사실 전원은 PD 20W 수준이더라도 스마트폰의 충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뿐이지, 모니터를 연결하여 Samsung DeX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디스플레이 연결용 케이블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전력 소모가 꽤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포함된 충전 및 데이터 전송용 USB-C 케이블은 인식이 되지 않는다. 아마 전력 소모가 훨씬 적은 FHD 모니터였다면 일반적인 케이블로도 문제없이 사용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비교 테스트할 FHD 모니터가 없으므로 지레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면 어떤 케이블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데, USB-C와 같은 형태의 단자를 사용하지만 전송률이 훨씬 높은 Thunderbolt 3 이상에 대응하는 케이블이어야 정상적으로 인식된다. 물론 굳이 Thunderbolt 3 전용 케이블이 아니더라도 HDMI Alternative에 대응하는 케이블은 사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Microsoft Lumia 950XL Continuum을 위한 Display Dock에 포함되어 있는 케이블이 그 예이다. 이 두 종류의 케이블 외에는 삼성에서 판매하는 4가지 종류의 케이블 중 어느 것도 스마트폰을 인식하지 못했다.
만약 Thunderbolt 3 대응 케이블이 없다면 USB-C to Mini HDMI 케이블을 이용하여 연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케이블을 따로 구매하기가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범용성이 높은 USB-C to HDMI 어댑터와 HDMI to Mini HDMI 케이블을 조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Galaxy Z Fold 2 5G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 두 가지 연결 방식에는 큰 차이가 두 가지 있는데, 바로 화면 해상도이다. 140TUS가 비록 4K 해상도(3840×2160)를 지원하지만, 안타깝게도 DeX가 이를 지원하지 못한다. Thunderbolt 3 케이블을 이용하여 직결했을 때는 QHD 해상도(2560×1440)까지만 지원하며, HDMI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HDMI 어댑터가 4K 해상도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FHD 해상도(1920×1080)까지만 지원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이점은 HDMI로 연결할 경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의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DELL DA300이나 Microsoft USB-C Travel Hub와 같은 대부분의 비전원형 USB-C 허브가 파워 패스스루(Power Pass-thru)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추가 전원을 입력받는 형태의 USB-C 허브를 사용한다면 해결될 수도 있다. 단지 이럴 경우, 휴대성은 많이 희생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외에도 Miracast 대응 어댑터를 사용하여 무선 모니터 형태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Miracast 대응 어댑터는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같아 보이지만 성능 차가 꽤 큰 편이다. 그 중에서도 Microsoft Wireless Display Adapter를 추천한다. 특히 최근에 새로 4K 버전이 출시되어 무선 디스플레이를 4K 해상도로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이 어댑터를 이용해 연결하면 Samsung DeX의 화면이 4K 해상도로 출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amsung DeX를 사용할 때는 추가로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터치 포인트를 10개까지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 터치가 가능한 모니터이기 때문에 마우스를 꼭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스마트폰을 터치패드 모드로 설정할 수도 있다.
기능적인 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자면, 일단 컬러가 흔히 사용되는 sRGB가 아닌 AdobeRGB이기 때문에 조금 색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는 살짝 적응할 필요가 있다. 대신 사진 편집을 할 때는 꽤 정확한 색감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이 가능한 모니터와 같은 수준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이외에도 휴대용 모니터임에도 불구하고 OSD(On-Screen Display)를 통해 다양한 기능 설정이 가능한 것도 장점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기본적인 밝기, 명암 등 뿐만 아니라 음량, 컬러 모드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HDR(High Dynamic Range) 모드도 지원한다. 또한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려면 USB-C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하지만, 충전 중이거나 이 경우처럼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으면 유선 이어폰의 사용이 불가능한데 반해, 140TUS에는 3.5″ 이어폰 잭(Earphone Jack)과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어,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음향을 모니터나 유선 이어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모니터의 거치는 기본 제공되는 커버를 사용하거나 또는 VESA 마운트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크기가 작은 포터블 모니터이므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위해 설계된 스탠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사실 기본 제공 커버는 품질이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모니터를 보호한다는 기본적인 기능은 어느 정도 해 주고 있고, 접어서 모니터를 3가지 각도로 세울 수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합격점은 줄 수 있겠다. 그리고 커버를 탈착하기 위해서는 후면의 나사를 손으로 돌려 풀어주면 되는데, 어디에도 그런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헤맬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빌어 Samsung DeX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꽤 마음에 든다. 사실 PC와 연결할 수는 있으나, 그 보다는 모니터에 직접 연결하여 단독으로 사용할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 모니터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려고 한다. 사실 CROSSOVER 모니터에 대해 검색해 보면 사후 지원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140TUS는 비교적 저렴한 포터블 모니터이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왠만한 FHD 모니터보다 비싼 가격의 모니터를 구입했는데 사후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조금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선택하면서 사후 지원의 리스크를 안고 가기로 마음 먹기도 했고, 사실 구입한 후에야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있어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지금 현재로서는 적어도 기능적으로는 딱히 큰 불만은 없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140TUS와 함께 사용하는 Samsung DeX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