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히들 기어(Gear)라 불리는 액세서리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예를 들면 사진이나 영상 편집을 좀 더 편하게 해 주는 Loupedeck CT라던지, 외부 환경에서 렌즈를 좀 더 쉽게 교환하게 해 주는 Peak Design Lens Kit 같은 것들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기어는 그것이 없다고 해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있을 경우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거나, 작업의 흐름(Workflow)을 좀 더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 카메라 관련 기어는 대부분 픽디자인(Peak Design) 제품을 애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주로 앵커(Anchor)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들을 사용하고 있다. 앵커는 픽디자인의 기어와 카메라 그리고 기타 장치들을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Interface)로서 픽디자인의 제품을 사용한다면 누구나 접해 봤을 것이다.

앵커의 한쪽은 핸드폰 스트랩 고리처럼 생겼는데, 말 그대로 핸드폰 스트랩 고리처럼 연결하면 된다. 그리고 반대쪽 부분이 앵커 링크(Anchor Link)를 통해 다른 기어와 연결되는 것이다. 픽디자인의 기어 중 앵커와 연결되는 제품은 모두 링크가 일체형이며, 픽디자인의 제품이 아닌 스트랩 등을 연결할 수 있도록 위의 두 번째 사진처럼 링크만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앵커 시스템의 장점은 무엇일까. 만약 카메라에 넥 스트랩(Neck Strap)이나 리스트 스트랩(Wrist Strap)을 항상 끼워두고 사용한다면 굳이 이 앵커 시스템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스트랩이나 기어를 상황에 맞게 빠르게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앵커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한다. 나는 평소에 가볍게 들고 다닐 때는 리스트 스트랩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목에 부담이 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이동 중에는 절대 메고 다니지 않고 가방에 수납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비교적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Mirrorless Interchangable-lens camera)단렌즈(Prime lens)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목의 힘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기도 하다.

Wrist Strap

하지만 FE 70-200mm F2.8 GM OSS (SEL70200GM) 렌즈와 같은 망원 줌렌즈(Telephoto zoom lens)를 사용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렌즈의 무게만 해도 1480g으로 삼각대 마운트(Tripod mount)를 포함하면 1.5kg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리고 길이도 20cm에 달하기 때문에 무게 중심도 앞으로 쏠려 있다. 이걸 한 손으로 손목의 힘만으로 버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다가, 한 손으로 들고 다닐 경우 파손의 위험도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넥 스트랩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물론 그 이전에 이 렌즈는 삼각대에 체결하고 한 곳에서 촬영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SEL70200GM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렌즈를 상황에 따라 교환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단렌즈와 망원 줌렌즈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때 넥 스트랩과 리스트 스트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있다.

  • 넥 스트랩만 사용한다.
    이게 아마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리스트 스트랩만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이 경우에도 평소에는 리스트 스트랩만 사용하다가 넥 스트랩으로 교환하는 것이 사실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스트랩은 카메라를 추락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동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체결을 매우 단단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제일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 평소에는 리스트 스트랩만 사용하다가 필요할 경우 넥 스트랩을 추가로 체결한다.
    첫 번째 옵션과 달리 굳이 작은 부피의 리스트 스트랩을 분리하지 않고, 넥 스트랩을 추가로 체결하고 분리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카메라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트라이앵글 스트랩 링 어댑터(Triangle Strap Ring Adapter)에는 두 개 이상의 스트랩을 장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국 추가로 사제 링을 달아 주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번거롭다.
Triangle Strap Ring Adapter
  • 바디 두 개에 각각 단렌즈와 망원 줌 렌즈를 마운트하여 사용한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프로페셔널 작가의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심지어 카메라도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캐리어에 싣고 이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아니거나 취미로 촬영하는 경우, 또는 프로페셔널 작가라도 계속 이동하면서 스냅 촬영(Snap Shooting)을 하는 경우라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일 수 있다.
  • 앵커 시스템을 이용하여 빠르게 체결 및 분리한다.
    물론 이게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촬영 목적과 스케줄, 그리고 피사체가 명확히 결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라면 넥 스트랩만 사용하거나 바디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경우가 분명히 있다. 나도 얼마 전에 양재천으로 촬영하러 나갔다가 렌즈를 교환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차라리 투 바디로 움직이는 것이 나았을 거라는 판단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센서를 노출시켜 가며 렌즈를 교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스트랩을 고민할 때가 아닐 테니까.

지금까지 가장 큰 특징에 해당하는 앵커 시스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지만, 픽디자인 제품의 장점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정장과 같은 비교적 포멀(formal)한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고, 스트랩 같은 경우에도 매우 빠르고 편하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손잡이가 달려 있는 등, 기능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스트랩 제품인 Slide의 초고속 조절 손잡이(Hyper Adjusters)

픽디자인을 알기 전에는 국민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로우프로(Lowepro) 제품을 주로 사용해 왔다. 로우프로 제품 역시 카메라 백을 비롯한 액세서리가 매우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조금 더 디자인이 깔끔해도 좋을텐데 너무 ‘나는 카메라 액세서리거든!‘이라고 외치는 느낌이 들어서 정장을 주로 입는 현재로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슈로 인해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를 자주 나가는 입장에서는 디자인보다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바로 안전과 보안이다. 그래서 카메라 백은 조금 극도로 보안쪽으로 치우친 게 아닌가 싶은 Pacsafe (팩세이프)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픽디자인 백을 써도 좋겠지만, 굳이 있는 카메라 백을 놔두고 또 구입하는 건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픽디자인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로, 픽디자인에 매료되어 이것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그 효용성을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반대로 가격만 비싼 제품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특히 카메라 구입 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넥 스트랩의 경우, 넥 스트랩에 제품 이름을 박아넣은 경우가 대다수라서, 제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기본 제공 넥 스트랩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기본 제공 넥 스트랩의 품질이 우수한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이런 기어 제품은 개인적인 취향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아무리 내게 좋아도 상대방에게는 감흥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픽디자인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알고 있더라도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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