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말하기 창피할 정도의 책이라 소개하기도 민망한 20대 중반의 치기어린 책이었지만 2001년에 처음으로 Windows CE 3.0에 관련된 서적을 집필한 이후로 지금까지 스무 권 가까운 개발 서적을 집필해 왔다. 사실 인세라고 해봐야 전문 작가가 10% 받으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받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7~8% 정도 받게 된다. 번역서 같은 경우 아예 매절인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에는 원서 기준으로 페이지 당 금액이 책정된다. 다시 말해 책을 집필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책을 집필해 온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새로운 것을 배워 오면서 그것을 체계적으로 내 안에 내재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에 가깝다.

그런데 오히려 Linkedin이나 Facebook 같은 플랫폼에는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마도 생각을 충분히 정리한 후 글을 쓰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비록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라고는 하나, 감정적으로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쓴 글을 고민하다가 삭제한 적이 있다. 사실 굳이 삭제할 필요는 없는 글이었지만 거꾸로 말하면 굳이 쓸 필요도 없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글을 쓰기 전에 더 고민해 보고 쓰고자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블로그에 썼던 글을 Linkedin에 몇 년만에 공유했더니, 그 글을 보시고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제안을 주셨다. 하지만 그 때도 말씀드린 것처럼 당장 새로운 일에 뛰어들기에는 어떻게 나를 깎고 다듬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안을 무시하기 보다는 일단 말씀을 나누어 보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확신이 서면 다시 일을 하게 되겠지.

이전에 함께 했던 분들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나 자신이 그 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밥 한 끼 사드리면서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것도 아쉽다. 무슨 힘이 있어서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을 떡하니 가져다 드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음에야.

일기라고 욕하셔도 좋다. 앞으로는 시간 날 때마다 내 이야기도 조금씩 더 하고, 업무에 대한 생각이나 좋은 회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단지 그것이 나에게든 내 글을 보시는 누구에게든 일말의 긍정적인 것들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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