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말에 애증의 전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지난 한 달 여 간 새해도 맞이하고, 이런저런 고민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났다. 특히 너무나 안 좋았던 건강을 회복하는데 주력했고,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는 중이다.
다른 분들은 오랫동안 회사에 몸 담아오다 보니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 회복기를 가지시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바로 전 커리어가 반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회복보다는 끊기지 않는 커리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것은 철저하게 부서진 커리어 패스였다. 2017년부터 스타트업계에 발을 담가본 결과, 스타트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과 타이밍 그리고 운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절절히 실감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 같이 실력이 없거나 운이 나쁜 사람들은 커리어 패스가 박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나보다 20살은 어린 젊은 사람들도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잘 이끌어 주기만 한다면 크게 성장한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CEO나 임원 같은 분들과의 네트워크보다는 열심히 하는 이런 친구들과의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건강한 나를 만든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들은 내가 꼰대라서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얻은 게 있다면, 어떤 친구들이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인지, 그리고 어떤 친구들이 마음만 앞서는 친구들인지, 또는 애초에 뭔가 할 마음이 없는 친구들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들도 나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도.
부서진 커리어 패스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 커리어 패스가 부서졌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개발자이다 보니 최근의 개발 동향에 대해서 공부할 시간도 더 필요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내 것으로 내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 나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어떻게 복구해야할지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뭔가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기 위한 재취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이 정리되면 다시 열심히 뛰게 될 것이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그 때가 되면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