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에 대한 단상(短想)

시뮬레이션은 실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제거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하지만 오늘 제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겪은 경험으로 인해 시뮬레이션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회사까지는 직선 거리로 2.22km로,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경로로 계산하면 2.8km 정도 됩니다. 이 거리는 일반적인 성인이 걷는 속도 기준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요. 도중에 만나는 건널목 등을 생각하면 50분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아침에는 날씨가 안 좋은 경우도 있고, 그 짧은 시간마저 줄이고 싶은 욕심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지만 걷는 거리가 그래도 여전히 거의 1km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지도 앱을 통해 경로를 검색해 보면, 버스를 타는 것과 지하철을 타는 것이 소요 시간이 비슷하다고 나옵니다. 그리고, 이전에 면접을 보기 위해 낮 시간에 지하철로 회사에 왔을 때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시뮬레이션에서 만나지 못했던 내 · 외부 요인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내부 요인은 제가 지난 주에 구두가 망가져서 수리 받으러 가는 동안 걷는 자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최근 며칠 내내 다리에 통증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 보다 걷는데 더 힘이 들고 오래 걸리게 된 것이죠.

그리고 외부 요인 중 첫 번째는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근린공원이 마침 이번 주부터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100m 가량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외부 요인은 제가 탑승해야 하는 지하철 노선이 9호선 일반열차라는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일반 열차의 배차 간격이 급행 열차보다 훨씬 깁니다.

세 번째 외부 요인은 삼성중앙역이 낮 시간대에는 매우 한산한 반면, 출퇴근 시간대에는 개찰구를 빠져나가는데만 한참 걸리는 병목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출퇴근 시간에 삼성중앙역에서 내리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였습니다.

결국 예상했던 소요 시간인 35분을 훌쩍 넘어 55분만에 회사에 헐레벌떡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출근 시간인 9시 전에 도착해서 지각은 면했다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는 순간 생각난 것이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월요일에는 10시까지 출근하고, 7시간 근무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이것도 다 아직 회사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긴 합니다만, 점차 익숙해지겠지요.

어찌됐든 오늘의 결론은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일 뿐이라는 거랄까요. (이게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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