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처럼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1년 동안은 제 자신을 위한 개발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번역과 집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디자인 패턴의 아름다움》과 《컴퓨터 밑바닥의 비밀》이라는 두 권의 중국어 번역 개발 서적이 이미 세상의 빛을 보았고, 또 다른 일본어 번역 개발 서적과 영어 번역 개발 서적은 곧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영어 개발 서적 한 권은 열심히 번역을 하고 있는데 왠지 이번 번역은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다 그런 바쁜 길을 재촉하는 제 앞에 갑자기 점점 커져 가는 눈덩이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
올해 2월에 트위치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치지직과 아프리카 TV에서 방황 중이던 스트리머들을 대거 흡수하는 일이 벌어졌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들의 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트위치에서 그들이 누리던 것들을 그대로 누리고 싶어했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실시간 방송 다운로드였습니다. 물론 치지직은 트위치와는 달리 라이브 방송 후 저장을 기본 서비스로 지원하기 때문에 다운로드해야 하는 이유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던 걸 계속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정식 버전 출시와 함께 기본적으로 선택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저장하던 방식에서, 스트리머가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고 하니 다시금 다운로드가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능력자들이 치지직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다운로드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해 왔고, 저 역시 제 마음에 드는 도구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 놓고 있던 개발 도구를 활용하여 Chzzk Live Downloader와 Chzzk Video Downloader를 만들어 보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분명히 처음에는 원하는 기능만 얼른 만들고 다시 당분간은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번역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하다 보니 넣고 싶은 기능들은 자꾸만 늘어가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수록 버그도 함께 늘어가고, 여기에 더해 치지직이 자꾸 시스템을 변경해 가면서 이에 대응하는 나날들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정작 해야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조급함과 버그가 남아 있는 코드에 대한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이 충돌하면서, 매일 잠들기 전에 내일까지만 해야겠다는 다짐을 일주일 넘게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은 드디어 다시 번역 도구를 붙잡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포스트 모템(Post-mortem) 비슷한 것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겨우 9.5KB 크기의 파일 두 개에 불과했던 프로젝트가 오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파일 갯수만 166개에 크기도 131MB에 달하고 있네요. 물론 프로젝트의 기능이 늘어나서도 있지만, 오랜만에 하는 개발이다 보니 이런 저런 시도도 해보고, 코드 최적화와 구조화도 하다 보니 이 글의 제목처럼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코드에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남아 있다는 게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다른 걱정이 앞서지만, 이 점점 커져 가는 눈덩이 Downloader Suite도 분명히 아끼고 있기 때문에 다시금 두 가지 일의 균형을 잘 맞춰가며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