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요즘 친구들이 보면 ‘왜 저런 쓸데없는 짓을 할까’라고 말할 것이 뻔한 일을 하며 주말 새벽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NAS에 저장되어 있는 96KHz 24비트 FLAC 음악 데이터를 꺼내 고성능 DAC를 통해 고음질 밸런스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요. 오늘은 저장된 곡들 중에 정말 좋아하는 곡들을 74분 2초 안에 이리저리 배치해서 19곡을 욱여 넣고, 굳이 44.1KHz 16비트 WAV 파일로 컨버팅(FLAC→WAV)한 다음, 다시 몇 년만에 CD 레코딩 소프트웨어로 곡들을 배치하고, CD TEXT도 기입하여 레코딩했습니다. 그걸로 끝내면 섭섭하니까, Microsoft Word를 이용해 간단한 CD 주얼 케이스 속지(Jewel Case Insert)를 만들어서 곡 정보를 일일이 적고 프린트해서 케이스에 끼워두었지요.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원하는 곡들을 길이에 상관없이 즐겨찾기하고 플레이리스트로 만든 다음, CD가 튈 걱정 따위 하지 않고 맘 편하게 음악을 즐길 겁니다. 사실 음악을 귀로 듣는다는 경험만 생각한다면 이걸로 충분하겠죠. 하지만 저는 35년 전에 밤을 새며 좋아하는 곡들을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로 힘겹게 재생(Play), 녹음(Record), 정지(Stop)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가며 녹음해서 정성스레 레이블(Label)을 써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했던 경험이 아직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25년 전에는 CD와 MD로 매체가 바뀌었을 뿐, 똑같이 정성을 들여야만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었지요.
아마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음악을 듣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 뒤에 숨어 있던,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정말정말 어렵게 선별하고, 그것을 정성스럽게 편집하고, CD와 주얼 케이스 속지라는 최종 매체로 만들어 냈을 때의 희열을 다시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별 것 아닌 일이고 시시한 일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나마 무엇인가를 제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즐겁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목적에만 매몰되다 보면 그 일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왜 그 일을 하는지보다도 그 일을 하는 것이 왜 즐거운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에는 내가 목적을 이루어도 허무할 때가 있거든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것들을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그것이 정말 별 것 아니라 하더라도 저를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가끔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시간을 투자하고 제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 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