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메라 보관함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꺼내 밀린 펌웨어 업데이트도 하고 청소도 하고 있습니다. 일견(一見) 회사를 그만 두고 쉬는 커리어 브레이크(Career Break) 기간에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고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오히려 더 아무 것도 못하겠더라구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고정 수입이 없다는 불안감에 더해, 이번에는 전 직장을 다니면서 안타깝게도 건강이 나빠진 면도 있기 때문에 그걸 추스리는데 집중하느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요. 취미 생활도 마음의 여유와 추진력이 살아날 때 가능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벌써부터 봄을 알리는 영춘화(迎春花)는 활짝 피었고, 개나리에 이어서 봄꽃들이 피어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카메라를 손에 쥐고 틈틈이 사진을 찍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스마트폰 카메라는 항상 손에 들려 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할 때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촬영할 때는 몸가짐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좀 더 달라지고, 찍는 대상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의 가격이 왠만한 DSLR 카메라의 입문기 가격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 요즘에는, 사용하는 장비의 가격이 사진의 품질을 결정하지는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큰 카메라를 굳이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할 때와 달리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라면 빛은 어떻게 들어올까, 채도는 어떻게 변할까, 초점은 어디에 맞을까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그런 것들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더 낫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초광각 시스템이기 때문에 초점이 매우 넓은 영역에서 맞게 되고, 따라서 고민하지 않아도 사진이 선명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그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많이 사라지게 되는데, 초점이라는 것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들 중에 내가 집중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는 도구거든요. 다시 말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집중할 대상을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포커스를 맞춘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네요.

사진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업무에서도 초점을 잘 맞추는 것은 중요합니다. 한 회사에서도, 한 팀에서도, 한 파트에서도 모든 사람이 같은 일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서로에 대한 일을 이해하고는 있더라도 같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의 일에 초점을 잘 맞추고 그 결과를 고민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게 사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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