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봄이 끝나갈 무렵인 5월에 10년 만의 번역서인 <디자인 패턴의 아름다움>이 출간되면서 교보문고로부터 readITzine의 원고를 청탁받은 적이 있다. 원고의 내용은 개발자의 가방 속이라는 주제로서 흔히 볼 수 있는 ‘What’s in my bag?’을 담은 내용이었다. ChatGPT는 해당 잡지에 실린 글 중에서 내 글이 가장 가지없고 재미없는 글이라고 혹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내가 가지고 다니는 제품을 궁금해 하셨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물어 보셨던 제품이 바로 휴대용 프린터인 Canon PIXMA TR150/160이었다.

Canon PIXMA TR150/160
Canon PIXMA TR150/160

휴대용 프린터가 왜 필요한가

흔히 휴대용 프린터라고 하면 Canon의 Selphy 시리즈처럼 미니 포토 프린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글에서 소개하는 Canon의 PIXMA TR150/160 시리즈를 비롯하여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HP Officejet Mobile 시리즈와 같이 비즈니스 용도로 출시된 휴대용 프린터 제품이 몇 가지 있다. 만약 처음 Canon PIXMA TR150을 구입할 시점에 HP Officejet Mobile이 출시되어 있는 상태였다면 비교해 보고 구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거의 수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다.

사실 5년전까지만 해도 외부에서 인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PC방이나 인터넷 카페 에서 어렵지 않게 인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COVID-19 사태를 겪고 나서 PC방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서울이라면 그나마 주변에서 프린트를 할 수 있는 Print Cafe 등의 업체를 찾을 수 있지만,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가는 경우에는 프린트조차 막막한 상황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신라 호텔 서울 비즈니스 센터
신라 호텔 서울 비즈니스 센터

사무실이나 집에서 미리 프린트할 내용을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문서에 오류가 있어 수정하고 나면 그 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상대방에게 전달할 문서에 빨간 줄로 지익 긋고 수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예전에 출장을 자주 다닐 때는 호텔의 비즈니스 센터 등에서 프린트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해외인 경우 국내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나 한글 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보안 상 추가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마찬가지 이유로 USB로 출력할 파일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메일을 보내서 처리하고 싶은데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외국의 경우 컬러 프린트가 불가능한 경우도 꽤 자주 만날 수 있다. 안 그래도 촉박한 일정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마음은 급하고 일은 진행이 되지 않아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짐덩어리였을 휴대용 프린터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물론 프린트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걸 매번 가지고 다니냐고 하실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직을 준비하면서 입사 전형 기간에 친구와 잠시 여행을 가면서 두 사람이 모두 노트북이 귀찮다고 안 가지고 갔다가 화상 면접에 사용할 노트북을 구하지 못해 전형을 포기하는 사람도 봤으니 그런 사람들에게 프린터는 어불성설이겠지. 하지만 20번을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일이 없다가도 한 번이라도 사용할 일이 생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하는 것이 아닐까?

Canon PIXMA TR150/160 특징

Canon PIXMA TR150/160
Canon PIXMA TR150/160

일단 무게는 2kg으로 프린터치고는 꽤 가볍다. 전용 가방을 함께 구입하거나 프로모션을 통해 받을 수 있는데, 이 가방은 가급적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용 가방이 있다면 전용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 딱 맞는 사이즈로 수납이 가능하고, 추가로 어댑터와 몇 장의 문서를 더 수납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휴대 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Canon PIXMA TR150/160 시리즈는 휴대용임에도 불구하고 프린트 헤드와 프린트 잉크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어 헤드와 잉크가 일체형인 제품에 비해 소모품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휴대용인지라 기본적으로 소모품이 비싸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곳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블랙 잉크와 컬러 잉크가 분리되어 있어 흑백 문서의 출력이 잦은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타사의 일부 제품은 잉크를 블랙 잉크 또는 컬러 잉크를 선택해서 장착해야 하고 헤드와 잉크가 일체형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인쇄 용지도 전용 용지가 아닌 일반적인 복사 용지를 사용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다. 매번 인쇄를 할 때마다 전용 용지를 구비해야 한다면 비즈니스에 사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휴대용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잉크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인쇄 가능한 양이 흑백은 200장, 컬러는 260장 정도이다. 따라서 가격 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잡동사니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잡동사니들

연결 방식은 USB-C 케이블을 이용해 직접 연결할 수도 있고 Wi-Fi를 이용해 무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무선 연결은 PC와 프린터를 서로 연결하는 Wi-Fi Direct 뿐만 아니라 무선 AP에 연결하는 연결하는 방식도 지원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추가로 휴대용 프린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품의 도난 방지를 위한 켄싱턴 시큐리티 슬롯(Kensington Security Slot)도 장비되어 있어 공용 공간에서 놓고 사용하는 경우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프린터를 조작할 때는 패널의 1.44인치 흑백 OLED 스크린과 버튼을 이용한다. 스크린은 작은 편이지만 내용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며 간단한 조작으로 연결을 설정하거나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많은 작업을 PC와의 연결 없이 할 수 있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지만 오히려 직관적으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전용 배터리와 배터리 홀더 세트인 LK-72를 구매하면 전원이 없는 곳에서도 인쇄할 수 있다. 배터리가 완전 내장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전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무게가 늘어나는 배터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단 배터리 장착은 일체감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추가로 준비하는 것이 이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TR150과 TR160의 차이

Canon PIXMA TR150/160
Canon PIXMA TR150/160

그럼 2020년 5월에 출시된 TR150과 2025년 5월에 출시된 TR160은 5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만큼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인쇄 기능을 살펴보면 두 개의 제품은 동일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출력 속도부터 사용하는 소모품, 외관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동일하다. 따라서 이미 TR150을 소유하고 있다면 TR160으로 업그레이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심지어 전용 배터리와 전용 가방도 100% 동일하다.

그럼 도대체 어떤 점이 변경된 것일까? 단 하나 무선 연결 사양이 약간 업그레이드되었다. 그것도 단순히 세월의 경과에 따라 Wi-Fi의 규격이 추가된 것에 맞춰 추가로 지원하는 정도이다. 단 상향된 보안을 사용하는 곳이고 TR150을 구입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TR160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사실 상 가격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양PIXMA TR150PIXMA TR160
Wi-Fi 지원IEEE802.11 b/g/n/aIEEE 802.11 b/g/n/a/ac
Wi-Fi 보안WPA-PSK, WPA2-PSK, WEPWPA-PSK, WPA2-PSK, WPA3-SAE
Wi-Fi Direct2.4GHz Only2.4GHz, 5GHz

결론적으로 이미 TR150을 사용하고 있다면 TR160으로 업그레이드할 이유는 전혀 없고, 아직 가지고 있지 않지만 휴대용 프린터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면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신제품인 TR160을 구입하면 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출력

대부분의 프린터 제조사는 프린터의 설정과 연동을 쉽게 하기 위한 유틸리티 앱을 제공하고 있으며 Canon 역시 마찬가지로 Canon PRINT라는 앱을 통해 프린터 연결 및 인쇄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 번 설정해 놓으면 매번 설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한 인쇄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단 문서를 인쇄할 때 문서 파일을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문서 파일의 크기가 20MB를 넘으면 프린트가 되지 않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사용할 때의 팁

앞에서 언급했던 readITzine의 원고에서 찾을 수 있는 기기 중 하나가 휴대용 5G 무선 라우터인 삼성 Galaxy SCR-01로서 외부에서 작업할 때는 항상 사용하고 있다. 외부의 무선 인터넷 라우터에는 뭐가 연결되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보안 상의 이유로 인터넷이 약간 느려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Samsung Galaxy 5G Router SCR-01
Samsung Galaxy 5G Router SCR-01

그러다 보니 항상 외부에서는 이 라우터에 연결하는 것이 기본이고 TR160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번 무선 라우터를 찾아 연결해야 한다면 프린터를 켜고 작은 화면을 보며 무선 연결을 새로 시도해야 하지만 휴대용 무선 라우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결론

이제 결론을 내려 보자.

먼저 이 제품은 누가 사용하는게 좋을까? 가정에서 프린터를 사용할 일이 적으니 휴대용 프린터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정품 블랙 잉크와 컬러 잉크를 하나씩 세트로 구입할 경우 4만원대 초반의 가격인데, 잉크를 최대한 소비한다고 해도 460장을 인쇄하는데 그치므로 한 장을 인쇄하는데 무려 100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사용할 일이 적더라도 기본적인 가격과 소모품의 소모량과 가격을 생각하면 차라리 훨씬 더 저렴한 가정용 프린터를 하나 구비해 두는 편이 훨씬 낫다. 또한 프린트를 대량으로 해야 하는 경우에도 적합하지 않다.

반면 이 제품은 그 성격에 맞게 들고 다니면서 소량으로 인쇄할 일이 잦은 경우에 적합하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금상첨화라 하겠다. 또한 사무실이 없이 이동하며 일하는 경우에도 적합하다. 물론 서울이라면 지하철 역마다 시간 단위로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으므로 그런 곳이 있다면 굳이 이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프린터를 매번 연결하고 정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시스템이 지저분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런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면 이 제품이 적합하다.

따라서 이 제품이 무조건 좋다 그렇지 않다라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 본인이 이런저런 비용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휴대 가능하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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