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뭘 해야할지 무엇을 하는 것이 지금 제게 필요한지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둥대기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실제로 해야할 일은 눈 앞에 있고, 빨리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쌓여 있음에도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간, 바로 지금이 그런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당장 저부터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네요.
아…… 맞아요. 그냥 핑계일 겁니다. 그래야만 해요. 하지만 실제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번 토요일, 모든 것이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가고,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며, 저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미친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겁니다.
다행히 지난 주 화요일 밤의 미친 행위는 빠른 행동과 결심 덕에 6시간 만에 정리가 되었지만, 그 이후의 1주일 동안 변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지하 벙커에 갇혀 있지 않을 뿐이지, 불씨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전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오늘은 짧게 해보려고 해요.
저는 80년부터 90년까지 광주에 살았습니다. 전남대 앞이었죠. 어렸을 때라 그 뜻도 제대로 모를때부터 데모라는 단어와 최루탄이라는 단어를 외치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최루탄의 매캐한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냄새와 따가운 목의 감촉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전 쓰잘데기없이 기억력이 좋다 보니 예전에 최루탄을 피해 뛰어다녔던 골목, 저와 같은 국딩(당시엔 국민학교였으니까) 아이들이 눈물을 질질 흘리고 울면서 뛰어 집으로 들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그 골목을 다시 가라면 못 갈 것 같습니다. 로드뷰로 그저 이 곳이 이렇게 바뀌었구나라고 들여다 볼 뿐이지요.
이번에도 만약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면 분명히 40년 전의 일을 저를 포함한 저희 중장년층 세대, 저희 부모님 세대 그리고 제 조카를 비롯한 저희 자식 세대가 또 겪어야 했을 겁니다.
국민들은 누가 차기 대권을 차지하느냐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탄핵이건 하야건 간에 어떤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순리에 맞게 다음 권력이 어디론가 흘러 가겠지만, 중요한 것은 40년 전의 그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도, 그리고 겪지 못했던 사람들도 올바르지 않은, 그리고 공포스러운 그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고, 처음이라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분출되어 나오는 것일 겁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지금은 예전에 광주에서 함께 뛰놀고 공부하던 친구들의 소식을 한 명도 알고 있지 못하고, 연락할 길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들의 부모와 그 친구들의 힘으로,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다시는 빼앗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머리 속에 각인해 봅니다.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간, 그리고 소중한 그 이후를 위해
토요일이면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되길 강하게 희망해 보며, 저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만 아파하고 힘들어 하려 합니다. 내일부터는 우리가 갈 길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리고 그 길로 걸어가려는 마음이 단순히 지금 당장 눈 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한다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못하도록 그 알량한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