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XC와 CFExpress Type A에 대한 단상(短想)

α7R IV를 사용할 때만 해도 일반적인 정지 이미지 촬영(Still Image Shooting)에는 일반적인 SDHC나 SDXC 카드면 충분했다. 굳이 클래스를 따질 필요도 없었고, UHS-II 스펙의 고성능 SDXC 카드를 사용한다 해도 그 최대 성능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상 촬영조차도 U3 또는 V30(30MB/s)면 충분했을 정도니 말이다. 참고로 SD 카드의 클래스는 크게 일반적인 스피드 클래스(Speed Class), UHS 스피드 클래스(UHS Speed Class) 그리고 비디오 스피드 클래스(Video Speed Class)로 구분되며, 그 의미는 아래 표와 같다.

SD 카드 스피드 클래스(Speed Class)

사실 SD 카드의 스펙이 1999년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20년이 넘었고, 그 버전이 벌써 8.0이 되면서 SDUC라는 규격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같은 모양의 카드라고 하더라도 카드 간의 차이는 꽤 크다. 특히 UHS-2부터는 카드 인터페이스가 추가되면서 겉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왼쪽부터 Sony의 UHS-2, UHS-2 V60, UHS-2 V90 TOUGH

위의 사진은 현재 내가 α7R IV에 사용하고 있는 SD 카드들이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카드는 스피드만 따지면 같은 V90 카드지만 첫 번째 카드는 2017년 5월에 출시되자마자 구입했으니 벌써 햇수로 5년이나 된 카드이다. 그러다 보니, 비디오 스피드 클래스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새로 TOUGH 규격으로 출시된 세 번째 카드는 명확하게 V90 클래스로 표시되어 있다. 반면에 두 번째 카드는 첫 번째 카드가 단종된 이후 새로 구입한 카드인데 V60으로서 읽기 속도는 90% 수준이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쓰기 속도가 150MB/s로 절반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카드들이 α7R IV에 사용하기에는 전부 오버 스펙이라는 것이다. (절대 언더 스펙이 아니다.) 아니 초당 20연사를 자랑하는 α9과 α9 II 조차도 이 카드를 100% 지원하지 못한다. 앞에서 α7R IV의 경우를 이야기했지만, α9 II도 메모리 카드 프로세서는 동일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AVCHD, XAVC S 60Mbps)일 경우 Class 10 또는 UHS-1, V10이면 충분하고, XAVC S 100Mbps여야 겨우 UHS-2 또는 V30 스펙이 필요하다. (참고: α9 II –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카드) 이는 다른 제조사의 카메라 역시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비싼 고성능의 SD 카드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최근 몇 년 간 벌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중형 카메라나 방송용 카메라 등에서는 더 빠른 스펙을 가진 XQD (현재는 CFExpress Type B로 불린다.)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올해 Sony에서 α9 시리즈를 넘어서는 진정한 플래그십인 α1을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져 버렸다. 일단 기본적으로 새로운 형식의 카드인 CFExpress Type A를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 카드의 스펙이 읽기 속도 800MB/s에 쓰기 속도 700MB/s로 V90의 2.5배가 넘는다.

Sony CFExpress Type A – CEA-G160T

물론 이 카드를 지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카드가 필요하냐가 문제인데, 이 카드가 없으면 최대 성능을 낼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α1의 초당 30연사를 버텨내려면 이 카드여야 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사실 연사를 버텨내는 것은 카드가 아니라 내장된 버퍼다. 단지 카드 속도가 빠를 경우 이 버퍼를 빨리 비울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다음 촬영을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α9 II까지는 카드에 쓰는 속도가 어차피 카드의 최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카드가 진짜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α1에서는 XAVC S-I HD나 4K 모드 기준 200fps로 촬영할 경우 CFExpress Type A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외의 경우에도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최소 V60 이상의 카드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럼 V60 이상의 카드, 아니 CFExpress Type A를 쓰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번에도 가격이 문제다. 160GB의 CFExpress Type A인 CEA-G160T는 정가가 489,000원이지만, 출시 초기인 관계로 아직 구할 수 있는 가격이 정가보다도 비싸다. 물론 지난 주에 55만원에도 구할 수 없던 제품이 이제는 50만원으로 떨어졌으니 곧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긴 하지만, 정가대로 주고 산다고 하더라도 2개를 사면 100만원이다! 왜 2개를 사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최근의 카메라들은 RAW+JPEG 또는 스틸 이미지+비디오를 저장하기 위해 듀얼 슬롯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사용에 불편함이 없으려면 카드를 두 개 구비해야 한다.

그럼 V90은 어떠냐 하면 이 녀석도 만만치 않다. 128GB 기준 메이커별로 25만원 정도 한다. 더 저렴한 메이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고성능인지라 만드는 메이커가 별로 없다. 그리고 가격이 비싸다 보니 결국 강성이 매우 높은 Sony의 TOUGH 시리즈를 구할 수 밖에 없으므로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V60으로 내려가면 가격이 많이 저렴해져서 256GB 기준 16만원 정도이다. 물론 일반적인 V30 스펙의 Micro SD 제품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3배 이상 비싼 가격이긴 하다.

Sony TOUGH spec vs. SD standard

결론을 내려 보자. 만약 α1을 이용하여 사진만 촬영한다면 그냥 UHS-2를 지원하는 카드 아무거나 사면 충분하다. 하지만 4K 이상의 영상을 촬영한다면 V60 스펙의 카드를 고려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8K를 촬영하거나 200fps 이상으로 촬영하여 슬로우 모션을 구현해야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CFExpress Type A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CFExpress Type A를 구하기가 어렵다면 극한의 상황은 포기하고 V90 스펙의 카드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사실 카메라도 비싼 물건인 상황에서, 이제는 저장 장치인 카드조차 가격이 비싼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는 결국 DSLR/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위축을 더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200만원대 이하의 작은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α7C가 등장하고, 그에 맞춰 저렴하고 가벼운 렌즈가 계속 출시되고 있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거기서 만족할 가능성이 낮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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