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ɑ1(ILCE-1)과 ɑ7R IV(ILCE-7RM4)

얼마 전 주말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 이후, 벚꽃이 다 져버렸을까 걱정을 한가득 하면서 양재천변으로 향했다. 걱정했던 대로 많은 벚꽃잎이 떨어져 버린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몇몇 아이는 잘 버텨 주고 있었고, 다행히 많지는 않아도 사진을 몇 장 담을 수 있었다.

원경(遠景)은 FE 24mm F1.4 GM (SEL24F14GM)으로 찍고, 근접 샷(Approaching Shots)은 FE 135mm F1.8 GM (SEL135F18GM)으로 찍을 요량(料量)으로 ɑ7R IV에 렌즈 두 개만 챙겨서 나갔는데, 그게 패착이 될 뻔 했다. 돌이켜 보면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4월 초에 사람이 밀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송파구에서 석촌호수를 폐쇄했기 때문에, 벚꽃을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양재천으로 다 몰릴 것이라는 것은 자명(自明)한 일이었다. 물론 공원 같은 곳이 아닌데다가 평일 낮이었기 때문에 발 디딜 곳도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먼지나 교환하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불상사 등을 생각했을 때, 차분히 렌즈를 교환하고 마운팅할 환경은 절대 아니었던 셈이다.

그래서 산책 초반에 예쁜 아이들은 전부 SEL135F18GM을 마운트한 상태에서 근접 샷만 찍고, 원경은 마지막에 아래와 같이 몇 장을 따로 모아서 SEL24F14GM으로 찍었다.

사실 그 날 촬영은 한 시간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거리로 따져도 겨우 1.5km 정도였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 막바지에는 안 그래도 안 좋은 발목이 아파서 걷는 게 힘들 정도였다. 촬영 보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몸 상태를 그렇게 몰아갔던 것 같다. 오히려 카메라가 무겁다는 느낌은 없었다.

4월 6일 양재천변 촬영 루트

그래서 든 생각이 투 바디 체제로 왔으면 좀 더 많은 샷을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헛된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투 바디 체제는 사실 포토그래퍼마다 효용성(效用性)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린다. 하지만 일단 나 같은 경우에는 이벤트 등에서 사진 촬영용 바디와 영상 촬영용 바디가 모두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바디가 하나라면 어차피 하나를 더 빌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 시국에는 다 부질없긴 하지만.

컴팩트 풀프레임 미러리스 ɑ7C

이런 경우, 보통 소니 알파 유저라면 영상 촬영용 바디로 크롭 바디인 ɑ6000 시리즈 중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2020년 10월에 ɑ7C(ILCE-7C)라는 풀프레임 컴팩트 카메라가 출시되어, 이 바디를 영상에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나도 ɑ7C의 도입을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복병이 등장했으니, 바로 ɑ1이 그것이다.

특화된 기능의 ɑ7, ɑ7R, ɑ7S, ɑ9 시리즈를 하나로 모은 ɑ1

물론 ɑ1의 6,499.99달러는 Canon의 EOS 1D X Mark III와 동일한 가격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ɑ9 II 조차도 4,500달러를 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높은 가격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가격이 바로 납득이 가 버리는 성능을 발휘해 버리는데 장사가 있을리가. 앞에서 말했던 EOS 1D X Mark III와 간단하게 성능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오는데, 몇 가지만 살펴 보면 아래와 같다.

Sony ɑ1Compare ItemsEOS 1DX Mk III
50MPSensor Resolution20MP
759Focus Points191
30 fpsCont. Shooting20 fps
737gWeight1440g
7680 × 4320Video Resolution5472 × 2866
YesUHS-II SupportNo
YesEye-AF TrackingNo
YesAnimal Eye-AFNo
32,000 (Exp. 102,400)ISO102,400
3.0″ (1.44MP)LCD Screen3.2″ (2.1MP)
530 ShotsBattery Time2,850 Shots
17.31µm2Sensor Pixel Size43.29µm2
129 × 97 × 70Sizes (mm)158 × 168 × 83
YesLCD TiltingNo
96/100 (#4)Scores82/100 (#38)
Sony ɑ1 vs EOS 1D X Mark III

솔직히 비교 대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다. 물론 EOS 1D X Mark III가 1년 먼저 출시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큰 격차다. 같은 가격의 제품이 이렇게 차이가 나 버리니, Canon의 렌즈에 얽매여 있어서 Canon을 꼭 써야 하는 상황이거나 곧 죽어도 Canon 감성이 아니면 안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정 장애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니 너무 뭐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흔히 말하는 Sony 매니아에 속하는 사람이니까.

EOS 1D X Mark III에서 장점이라고 표시해 둔 센서 픽셀 사이즈는 사실 해상도 차이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둘 다 동일한 크기의 풀프레임 센서(Full-Frame Sensor)를 사용한 카메라인데, ɑ1쪽 해상도가 2.5배 높으니, 센서에서 픽셀 하나가 차지하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져 버린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사는 게 바보일 것 같지만, 두 제품 다 가장 큰 장애물이 버티고 있는데, 바로 미친듯한 가격이 그것이다. 하지만 20년 전에 처음 출시되었던 EOS 1Ds가 당시 7,800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 시 14,500달러) 라는 극악한 가격을 자랑했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근 발매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 가격들은 사실 프레스용 기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다시 말해 업무를 위해 그 정도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나 적정한 가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격이지,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용할 만한 카메라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용도에는 앞에서 언급했던 ɑ7C나 ɑ6600, 혹은 좀 더 위로 올라가 ɑ7 III 정도가 일반적인 마지노선(Ligne Maginot)이라고 볼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해 ɑ7C가 180만원대인데 반해, 아무리 최상위 포식자라지만 5배 가량의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는 고민해 보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Sony ɑ1 (ILCE-1)

사실 별 고민도 안 했다. 너무 써 보고 싶기도 했거니와, 마침 투 바디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김에 일을 저질러 버렸다. 아직 바깥 구경은 안 했지만, 집에 있던 악세사리 박스를 오랜만에 열어서 PeakDesign의 Anchor와 Cuff를 장착해 주고, ɑ9 II를 사용할 때 예비로 구매해 두었던 액정 보호 하드 시트인 PCK-LG1도 붙여 주었다. (깔끔하게 붙어서 매우 만족 중.)

다음 주까지 예정되어 있는 신규 앱 개발이 대충 마무리되면 잠시 시간을 내서 촬영해 볼 예정이다. 어차피 리뷰는 산더미 같이 많이 올라와 있으니, 손에 익히는 것을 우선시할 예정이다. 일단 메뉴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디자인과 위치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왕이면 ɑ7R IV도 바꿔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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