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PHA-3 배터리 교체

2년쯤 전에 거치형 디지털 앰프인 Sony TA-ZH1ES를 구입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 몇 달 전에 Sony PHA-3도 일본에서 중고로 들여와서 잘 쓰고 있었습니다. PHA-3는 주로 외부나 회사에서 작업할 때 사용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Sony PHA-3 배터리 교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구입 시점 기준 이미 발매된지 8년 이상된 제품인데다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이기 때문에 배터리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충전을 하더라도 20 여분 가량 재생하면 갑자기 꺼지는 문제가 지속되었습니다. 외부 전원을 연결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었습니다.

문제는 배터리를 별도로 구입해서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정품 배터리가 아닌 이상 해당 배터리가 성능이 보장되는지도 알 수 없었고, 배터리 교체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똥손인 저로서는 오히려 기기의 고장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년여를 항상 전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정보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PHA-3의 단게별 분해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영상을 찾기가 어려웠고, 서비스 매뉴얼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구독하고 있는 정크 제품 수리 전문 유튜버인 熊五郎お兄さんのDIY 채널에서 여러 종류의 휴대용 DAC 앰프의 분해 수리 영상을 보며 대략적인 개념을 잡기도 했고, 비록 Sony PHA-3 Headphone Amp Repair – Battery Replacement and Crackling Volume Knob Fix라는 영상은 보기 불편하고 실수도 잦지만 이를 참고 삼아 필요 공구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터리는 직접 알리 익스프레스 등에서 구하면 저렴하긴 하겠지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국내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제품 중 평가가 좋은 제품을 두 개 주문했습니다.

필요한 공구

작업을 원활하게 하려면 다음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한 크기 규격의 십자 드라이버입니다.

십자 드라이버 (PH0000, PH000, PH00, PH0, PH1 규격)
에탄올 (주사바늘이나 스포이드가 달린 병에 담겨 있어야 작업이 편합니다.)
얇은 양면 테이프 (3M 137형 투명 양면 테이프 권장)
깊은 육각 렌치 또는 복스 (M10)
정밀 핀셋
삼각 오프너, 프라모델 부품 오프너, 기타 피크, 액정 오프너 등

이번에 분해하면서 느낀 것은 드라이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공구만 준비되어 있다면 분해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해하면서 나오는 나사와 부품을 잘 보관하기만 하면 저 같은 똥손도 분해에서 조립까지 30분 내에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분해 순서

사실 사진을 찍으면서 하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사진이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분해할 일이 생기면 찍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프너나 기타 도구를 이용하여 볼륨 노브와 볼륨 노브 하단의 고정 플라스틱을 분리합니다.
절연 페이퍼를 조심스럽게 빼냅니다.
육각 렌치나 복스 등으로 육각 너트를 분리하고 아래의 와셔도 분리합니다.
하부의 슬립 패드 끝부분을 살짝 들어올려 나사 4개를 풀어주면 하부가 분리됩니다.
옆면의 DSEE HX, GAIN 스위치를 연결하고 있는 나사를 풀고 핀셋으로 꺼내면 스위치가 분리됩니다. 이 때 나사를 꺼내기가 어려우니 정밀 논슬립 핀셋의 사용을 권장합니다.
보드를 케이스와 연결하고 있는 나사(보드 상의 나사 중 제일 큰 것)를 분리합니다.
볼륨 노브를 손가락으로 밀면 보드와 후면 패널이 함께 뒤로 밀리면서 빠집니다.
후면 패널을 고정하는 나사 3개를 풀어주면 후면 패널이 분리됩니다.
보드와 내부 구조물을 고정하는 3개의 나사를 풀어주면 보드가 분리됩니다.
케이블과 브레이커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살짝 들어올려 케이블과 브레이커를 분리합니다.
선택 사항이지만, 작은 보드를 연결하고 있는 나사를 풀면 분리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분리 시 힘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분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배터리의 후면에 에탄올을 조금씩 흘려 넣어 양면 테이프를 녹이고 오프너 등을 이용하여 배터리를 분리합니다.
구조물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고 배터리를 고정합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완전히 조립하기 전에 테스트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테스트 결과 앰프가 잘 동작했고, 배터리의 충전과 재생도 장시간 가능했습니다. 똥손이지만 운이 좋았네요. PHA-3를 분해하면서 느낀 점은 보드 설계 뿐만 아니라 보드 상의 프린트조차 소니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사 홀에 나사 아이콘이 전부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조립할 때 꽤 도움이 됩니다. 다른 제조사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도 휴대용 앰프의 배터리의 수명이 다했다면, 직접 교체해 보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실 것 같습니다.